 |
▲photo/조용수 기자 |
[Brilliant Billiards=유성욱 기자] 젊은 시절의 가수 변진섭은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가 좋다고 줄창 노래하며 다녔다. 지금도 그럴까? 혹시 지금의 그에게 ‘희망사항’이 뭐냐고 다시 물어보면 어떻게 답할까? 만약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와 ‘등갈비김치찜을 잘 만드는 여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가수 변진섭이 어떻게 답할지는 모르겠지만, LPBA 김상아 선수를 응원하는 당구팬이라면 아마도 ‘등갈비김치찜을 잘 만드는 여자’를 선택하리라 확신한다.
반주 한잔과 곁들이기 곤란한 김치볶음밥과 달리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등갈비김치찜은 밥 한그릇 뚝딱 헤치우게 만드는 밥도둑이면서 안주로도 제격이다.
 |
▲photo/조용수 기자 |
LPBA 원년 멤버 김상아가 가장 잘 만드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등갈비김치찜이다. 비결이 있을까?
“돼지 등갈비의 잡내를 잡는 게 중요합니다. 찬물에 등갈비를 1시간 이상 담가 핏물을 충분히 빼주고요, 등갈비를 삶을 때 월계수잎과 함께 된장, 통후추를 넣어줍니다. 등갈비갈비찜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 또 한가지는 압력솥입니다. 압력솥에 조리를 하게 되면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물론 김치도 푹 고아져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등갈비김치찜이 되지요.”
그 외 따로 비결은 없다. 혹 전라도 어딘가에서 가져온 묵은지를 사용한다거나, 시골에서 공수한 재래식 된장을 사용하는지 궁금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김치는 지인이 보내준 중소공장의 비교적 평범한 김치이고, 된장은 마트 진영대마다 널린 식품대기업의 다담된장을 사용한다.
다담된장은 차돌된장찌게를 끓일 때도 사용한다. 차돌된장찌게 역시 김상아가 가족들을 위해 즐겨 만드는 음식이다.
그런데 주부 김상아로선 이제 제품 선택의 순간에 또 다른 고민 한가지가 추가될 듯싶다. PBA 10번째 구단인 하림의 지명을 받아 소속구단 로고와 상표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게된 프로 김상아의 입장에서 종합식품기업이기도 한 소속구단의 이해도 배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photo/조용수 기자 |
그 입장을 감안해 떡밥 하나를 던졌더니 역시나 덥썩 문다. “어느 때보다 더운 여름인데, 비빔면도 가끔 만들어 드시나요?” 사전에 말 맞춘 건 전혀 아닌데, 남들이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하겠다.
“그럼요. 하림 더미식 비빔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있더라구요.”
과유불급이라 그랬다. 더 이상의 이어지는 설명은 생략한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인 큰 아들 시헌과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아들 승헌을 돌보며 살림까지 해야 하는 워킹맘 김상아에게 지난 5월 창단구단 하림의 드래프트 우선 지명은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저 역시 언론 기사를 보고 제가 지명됐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당시 당구장에서 연습중이었는데, 주변에서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더라구요. 아들 둘 역시도 엄마가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며 좋아하더라구요. 아직 어리지만 자기 앞가림은 곧잘 해 손이 덜가는 아이들인데, 엄마가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게 뭐가 좋다고...혹시 게임 좀 그만하라는 잔소리 덜 듣는 게 좋은 건지.”
 |
▲photo/PBA 협회 제공 |
두 아들도 엄마의 중요한 경기는 챙겨본다. 당연히 당구룰도 잘 안다. 하지만 당구를 직접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게임은 손꼽을 정도로 잘 한다는데, 공부 역시도 제법 한다고 한다. 아직은 무엇이라도 그려낼 수 있는 도화지와 같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보고는 쉐프를 잠시 꿈꾸기도 했다고.
“가족의 적극적인 응원까지 받게 됐으니, 제 인생에서 당구에 더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사실 긴장과 함께 부담도 조금 되고,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갖습니다. 팀리그로는 신입생이지만, 프로무대에 뛰어든 선수로서 어쩌다보니 나이로나 이력으로나 고참급이니까요.”
 |
▲photo/PBA 협회 제공 |
김준태, 김영원, 응우옌프엉린, 쩐득민, 김상아, 박정현, 정보윤으로 구성된 팀내에서 김상아는 베트남 출신 1981년생 쩐득민에 이어 나이가 두 번째로 많다. 사실 1988년생으로 만 37세란 나이는 다른 구단이라면 중간급에 속한다. 하지만 구성원의 면면이 젊은 신생구단 하림에서는 팀리더 김준태를 써포트 하면서도, 고참으로서 안정되게 팀을 아우르는 역할도 해야한다.
시작은 그리 신통치 않다. 개막전인 ‘우리금융캐피털 챔피언십’에서 김상아는 베테랑 이화연과의 첫경기에 19:20으로 아깝게 져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기대를 모았던 팀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투어는 ‘하나카드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 김상아는 전년도 우승이라는 달콤함을 가진 대회였지만, 32강전에서 이번 투어 우승자 스롱 피아비를 만나 3:0으로 완패하며 대회를 마쳤다.
 |
▲photo/조용수 기자 |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프로당구의 세계에서는 ‘어떤 선수라도 이길 수 있고, 누구에게도 질 수 있다’란 사실을 누구보다 절감해왔다. 드디어 팀 리그도 곧 시작된다. 사실 구단 차원에서도 개인적으로도 팀 리그는 첫 도전이라 기대감과 함께 부담감이 남다르다. 두 번의 투어에서 팀 면면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팀 리그를 위해 개인전은 양보했다’며 구단측과 선수들이 덕담을 주고받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해내야 할 때가 왔다.
[저작권자ⓒ Brilliant Billiards(브릴리언트 빌리아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